DC/조각글

140자 해시태그 연성에서 좀 더 쓴 숲콘

ropique 2013. 5. 19. 08:09

키워드: 동정

 

슈퍼맨은 손을 내밀었다. 콘은 의아해 하며 그를 보았다. 자신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슈퍼맨은 어색하게 웃었다.

 

 나랑 같이 날아보자.

 

 콘의 이상하게 일그러진 얼굴에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콘은 얼른 제 눈가를 문질렀다.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소년의 어설픈 변명에 슈퍼맨은 곧이 믿을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슈퍼맨은 콘의 손목을 끌어당겨 허리를 꽉 잡았다. 콘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더 말을 않고 입을 다물었다. 슈퍼맨은 천천히 하늘을 향해 걸어 오르며 궁색한 변명을 중얼거렸다.

 

 배트맨이 넌 내 보살핌이 필요할 거라고 하니까... 딱히 뭘 해야할진 모르겠는데... '그' 배트맨한테 그런 소리를 듣자니 기분이 이상해서 말이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슈퍼맨의 말에 콘은 슈퍼맨의 팔을 잡는 것으로 화답했다.그들은 하늘의 푸른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지평선이 낮아지고, 태양도 서서히 져가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말 없이 그들만의 산책을 계속했다. 벌써 해가 떨어지고, 달이 그들의 길을 비추고 있었다.그들의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쪽은 소년 쪽이었다.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어요.

 

 그의 말은 엉뚱하기 짝이 없었다. 슈퍼맨은 의아해 하면서 콘을 보았다. 이미 해가 떨어져 그들의 하늘은 밤에 삼킨 지 오래였다. 하지만 코너의 눈동자는 흔들거렸다. 어디 눈이 안 좋으니? 아까부터 눈부시다고 한 게 마음에 걸린다. 슈퍼맨은 콘을 더 끌어 안고 그의 눈을 살폈다. 콘이 고개를 숙여버리는 바람에 그의 얼굴이 어둠에 묻히고 말았다.

 

 눈부셔서 그런거에요.

 

 그의 영문 모를 말에 슈퍼맨은 걱정이 들었다. 콘은 눈을 연신 문질렀다. 이상한 일이었다. 눈에서 자꾸만 간질간질하게 감정의 파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니?

 

 슈퍼맨의 걱정스러운 얼굴도 이상하게 흐렸다. 콘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눈에 뭔가가 들어갔어요.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말았다. 그는 단지 자신을 동정하는 것 뿐이었다. 그의 유전자를 받았음에도 그와는 달리 땅의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에 대해 동정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콘은 그의 그런 동정마저도 눈부셔서 눈을 뜰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을 꽉끌어안는 팔이 너무나도 뜨거워 다 태워 버릴것만 같았다. 동정인걸 알면서도 드디어 그의 눈이 자신에게 닿았다는게 기쁘고 놀랐을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좀체 있을 일이 아니니까 놀란 것 뿐이다.콘은 생각했다. 이게 사실은 한 순간에 사라질 연기와도 같은 게 아닐까. 사실은 꿈이 아닐까. 내일이 되면 그는 어쩌면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콘을 대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