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죽실의 족장 이안의 딸 노노 이안... 이라고 아냐?"
"네 놈... 설마 인질로 잡은 거냐?"
"마음대로 생각해라."
청년은 제 손목의 붕대를 꽉 잡아 당겨 마무리했다. 남자는 이를 갈며 주먹을 꽉 쥔다. 손에 고인 빗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 내렸다. 청년은 비의 장막 너머로 남자의 웅크린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마저 붕대를 말아서 품에 넣고 장작을 모닥불에 밀어 넣었다. 모닥불이 점점 커지면서 청년의 그림자가 커졌다.
"란."
청년은 마치 침이라도 뱉는 것마냥 말했다.
"내 이름이다. 그 애를 만날 때까진 나와 동행해야 할 테니까. 네 이름은 아니깐 말하지 않아도 되고. 이제부터 어떻게든 같이 살아서 그 녀석을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놈들을 배신하고 널 감옥에서 빼 준 의미가 없으니까. 천화의 생존자, 자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냐."
란은 입을 다물었다. 어깨에 매고 있던 방어구를 빼서 옆에 두고 겉옷을 벗었다. 자루에서 단검을 꺼내 소매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란은 동굴 밖으로 나와 자운에게 다가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뚫어버릴 것 같은 비에 란의 하얀 저고리가 젖어 마른 몸에 붙었다. 아, 따가워. 란은 장난 어린 목소리로 자운 옆에 앉았다.
"죽으면 곤란하다. 안으로 들어가자."
"...."
란은 한숨을 쉬고는 자운의 앞에 섰다. 자운의 팔짱을 풀고 그의 손에 단검을 쥐어 주었다.
"그래, 내가 천화들을 죽였다. 자네의 가족을, 혈족들을 죽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분한 것도 이해해. 네놈 앞에 그 원수가 있다. 원한다면 날 죽여도 좋아. 죽여라."
란은 자운의 앞에 주저 앉아 눈을 감았다.
'창작그림 > 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자캐짤 (0) | 2013.05.19 |
---|---|
흑역사는 파도 파도 계속 나온다... (0) | 2012.01.27 |
마왕성으로 가는길 낙서 (0) | 2012.01.24 |
비2 (0) | 2012.01.21 |
비 (0) | 2012.01.21 |